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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가짜의 세상

가짜는 말 그대로 거짓입니다. 참 세상이 진짜이니 가짜와 진짜는 반대인 셈입니다. 가짜는 예전에도 많았습니다. 예전의 가짜는 주로 물건이었을 겁니다. 아마도 가장 대표적인 가짜는 명품을 흉내 낸 것이겠죠. 명품은 모습이나 기능보다는 가치를 사는 것입니다. 가짜는 아무리 똑같이 만들어도 가짜입니다. 가치를 담을 수는 없습니다. 이 지점이 가치를 볼 때 혼란스러운 지점입니다.     종종은 가짜인데도 진짜처럼 속습니다. 보는 사람도 깜빡 속습니다. 가짜와 진짜의 경계는 무얼까요? 도자기나 그림도 가짜가 많았습니다. 진짜가 훨씬 비쌌기 때문에 가짜를 만들어 수익을 얻으려 한 것입니다. 따로는 가짜로라도 대리만족을 하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가짜인 줄 알면서 가지고, 가짜인 줄 알기에 부러움의 대상도 아니었습니다. 이런 가짜들은 심각하지 않은 가짜입니다. 가짜가 엄청난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요즘의 가짜는 심각합니다. 왜냐하면 가짜와 진짜가 구별되지 않습니다. 가짜는 진짜로 믿고, 진짜는 가짜로 믿게 만듭니다. 온통 뒤죽박죽의 세상입니다. 자기는 진짜이고, 남은 가짜라고 생각합니다. 무조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짜로 밀어붙입니다. 자신의 신념과 믿음과 종교는 진짜고, 남의 신념과 믿음과 종교는 가짜로 매도합니다. 도대체 타협이나 이해나 배려가 보이지 않습니다.   가짜가 제일 많이 붙는 장면은 뉴스입니다. 양극단을 치닫는 현실에서 가짜 뉴스는 큰 해악(害惡)입니다. 정치적인 가짜 뉴스는 더 이상 현상이 아닙니다. 모두가 진짜라고 믿는 ‘가짜’ 속에서 허덕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가짜를 위한 수많은 장치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가짜를 위한 그럴듯한 수많은 가짜 증거가 미혹(迷惑)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카더라’, ‘유비통신’ 등의 말이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라고 하더라’가 줄어든 말인 ‘카더라’와 ‘유언비어(流言蜚語)’가 줄어든 유비통신은 가짜 뉴스의 원조인 셈입니다.   가짜를 이야기할 때 조심할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상대가 내 이야기를 가짜로 본다는 점입니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의심이 ‘가짜’를 대하는 나의 자세입니다. ‘가짜’는 겉으로 드러난 모습입니다. 그래서 ‘속’과는 다른 것입니다. 민간어원에서 ‘속’이라고 믿게 만드는 것이 ‘속이다’라고 설명하는데 재미있는 접근입니다. 하긴 거짓이라는 말도 ‘겉짓’으로 볼 수 있습니다. 표리부동(表裏不同)이 거짓의 시작입니다.   그러고 보면 ‘거짓’과 ‘가짜’는 수없이 내 속에서 솟아나고 있습니다. 수많은 거짓이 내 몸을 거쳐 밖으로 나옵니다. 아닌 척, 안 그런 척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요? 소박한 척, 착한 척, 겸손한 척하지만 내 마음속 욕망과는 전혀 다릅니다. 겸손한 척, 부족한 척하지만 타인을 보는 내 시선은 저만치 위에서 내려 보고 있습니다. 도통 ‘참’을 찾기가 어려울 지경입니다.   가짜가 주는 가장 큰 해로움은 세상을 믿지 못하게 한다는 점입니다. 서로가 가짜라고 하니 누굴 믿을까요? 자기편만 믿으면 갇힌 세상을 살게 됩니다. 갇혀 있는 사람은 답답해하며 폭력적으로 변합니다. 깨부수고 싶어 합니다. 그 근저에는 나만 옳다는 가짜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가짜 세상을 잘 살아가는 방법은 우선 나의 가짜를 발견하는 일입니다. 그러고 나서 양쪽 날개로 세상을 나는 것입니다. 나를 제대로 보면 세상이 제대로 보입니다. 때로는 잠깐 기우뚱하겠죠. 하지만 두 날개로 날면 다시 제자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가짜 가짜 뉴스 가짜 증거 가짜 세상

2025-02-23

[디지털 세상 읽기] 트위터의 시한폭탄

일론 머스크가 인수한 트위터가 연일 테크 뉴스의 헤드라인을 독차지하고 있다. 불안을 느낀 광고주들이 떠나고, 블루 체크 표시를 월 8달러에 팔아 수익을 내겠다고 했지만 가짜 계정들이 블루 체크를 달고 등장해 가짜 뉴스를 퍼뜨리며 그간 쌓아온 신뢰를 완전히 망가뜨렸다.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자 머스크는 체크 표시 판매를 중단한 듯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사실도 앱스토어에서 판매가 중단되어서 알았을 뿐,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머스크가 직원의 절반가량을 해고하면서 기업 홍보실에는 한 명도 일하지 않게 된 탓이다.     여기에 트위터의 시한폭탄이 기다리고 있다. 불만을 품은 직원들이 회사에 대해 험담을 해도 회사 차원의 통제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앙심을 품은 직원들이 서버를 망가뜨리는 사태가 올 수 있다는 경고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사람들은 그동안 머스크가 인수할 경우 트위터는 가짜 뉴스의 온상이 될 거라 걱정했지만 진짜 문제는 트위터라는 소셜 네트워크 자체의 존립 여부인 셈이다. 한 전문기자는 소셜 네트워크라는 게 밖에서는 단순해 보여도 사실은 아주 복잡하고 취약한 구석이 많은 시스템을 애써서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를 잘 이해하고 관리하던 직원들의 절반이 회사를 나갔다면 과연 트위터가 충격을 버텨낼 수 있을까. 박상현 / 오터레터 발행인디지털 세상 읽기 시한폭탄 트위터 가짜 뉴스 일론 머스크 소셜 네트워크

2022-11-16

[디지털 세상 읽기] 트위터의 시한폭탄

일론 머스크가 인수한 트위터가 연일 테크 뉴스의 헤드라인을 독차지하고 있다. 불안을 느낀 광고주들이 떠나고, 블루 체크 표시를 월 8달러에 팔아 수익을 내겠다고 했지만 가짜 계정들이 블루 체크를 달고 등장해 가짜 뉴스를 퍼뜨리며 그간 쌓아온 신뢰를 완전히 망가뜨렸다. 이런 장난의 타깃이 된 거대 제약사, 에너지 기업, 군수기업들은 주가가 폭락하거나 숨어있던 업계의 치부가 드러나면서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자 머스크는 체크 표시 판매를 중단한 듯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사실도 앱스토어에서 판매가 중단되어서 알았을 뿐,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머스크가 직원의 절반가량을 해고하면서 기업 홍보실에는 한 명도 일하지 않게 된 탓이다. 언론에서는 문의할 곳이 없어 일이 터질 때마다 머스크의 트윗을 기다리거나 아는 끈을 동원해서 남아있는 직원들을 익명으로 인터뷰하고 있다.   여기에 트위터의 시한폭탄이 기다리고 있다. 불만을 품은 직원들이 회사에 대해 험담을 해도 회사 차원의 통제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앙심을 품은 직원들이 서버를 망가뜨리는 사태가 올 수 있다는 경고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사람들은 그동안 머스크가 인수할 경우 트위터는 가짜 뉴스의 온상이 될 거라 걱정했지만 진짜 문제는 트위터라는 소셜 네트워크 자체의 존립 여부인 셈이다.     한 전문기자는 소셜 네트워크라는 게 밖에서는 단순해 보여도 사실은 아주 복잡하고 취약한 구석이 많은 시스템을 애써서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를 잘 이해하고 관리하던 직원들의 절반이 회사를 나갔다면 과연 트위터가 충격을 버텨낼 수 있을까. 박상현 / 오터레터 발행인디지털 세상 읽기 시한폭탄 트위터 일론 머스크 가짜 뉴스 소셜 네트워크

2022-11-15

[디지털 세상 읽기] 가짜 뉴스의 대가

미국 법원에서 지난주에 가짜 뉴스를 퍼뜨린 음모론자에게 약 10억 달러가 넘는 배상금을 내라는 평결을 내렸다. 악의적인 가짜 뉴스를 퍼뜨려온 극우 뉴스 사이트 운영자인 알렉스 존스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벌인 사람들은 다름 아닌 총기 난사사건의 피해자 유족들이다. 2012년 미국 코네티컷주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20세의 남성이 어린 학생 20명과 교사 6명을 살해한 이 사건은 한동안 미국 언론을 도배하다시피 했고, 온 국민이 지켜본 뉴스였다.   그럼에도 알렉스 존스는 그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고, 부모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10년 가까이 해왔다. 왜 그랬을까? 미국에서는 정부 기관의 공식 발표나 매체의 보도를 믿지 않고 음모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상당하기 때문에 이들을 끌어들이면 광고로 큰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짜뉴스는 터무니없을수록, 자극적일수록 파급력이 강하다. 존스의 주장은 언론의 비판을 받을수록 더 많은 음모론 신봉자를 끌어들였고, 그들을 상대로 더 많은 광고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과연 이런 엄청난 벌금이 미국에서 가짜 뉴스를 막을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미국은 원래 음모론의 뿌리가 깊고, 언론의 자유가 강조되는 나라다. 게다가 전 세계적으로 독자와 청취자들이 언론이 전달하는 팩트보다 주장과 견해를 더 좋아하게 되면서 뉴스의 방향 자체가 바뀌었다. 큰 수요가 존재하는 환경에서 공급자를 통제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건 실패한 마약과의 전쟁이 잘 보여준 적이 있다. 박상현 / 오터레터 발행인디지털 세상 읽기 가짜 뉴스 가짜 뉴스 극우 뉴스 음모론 신봉자

2022-10-17

[열린 광장] 허먼 케인상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그들의 저항은 만만치 않다.     특히 미국과 같은 서구 선진국에서 가짜 뉴스를 믿고 백신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크다.     따라서 이런 나라에서는 이들의 생각을 바꾸기보다 단순히 귀찮아서 접종을 회피하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쪽으로 홍보를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백신 반대론자나 코로나19 불신론자를 비난하는 목소리 또한 작지 않다. 특히 반대론자 중에서도 사회적 영향력이 크거나 팔로워가 많은 사람의 경우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라고 생각해서 많은 비난을 받는다.     그런데 이들은 살아있는 동안에는 비판을 받지만, 세상을 떠나면 그 비판은 조롱으로 변하곤 한다.   영어권의 인기 소셜 뉴스 사이트인 레딧(Reddit)에서는 허먼 케인상(Herman Cain Award)이라는 서브레딧이 큰 인기를 끈다.     허먼 케인은 기업인 출신 정치인으로 2016년 대선 때 공화당 경선에 나섰다가 패한 후 친트럼프로 돌아섰던 인물이다.     그는 팬데믹 초기에 트럼프가 코로나19가 대수롭지 않은 질병이라고 퍼뜨린 가짜 뉴스를 정말로 믿고 이를 열심히 주장하고 다니다가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했다.     사람들은 케인처럼 잘 알려진 공인이 백신에 반대하고 코로나19를 부정하다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죽을 경우 이 서브레딧에 이름과 평소의 발언을 포스팅해서 공개적으로 조롱한다.   물론 그 조롱을 견뎌야 하는 건 유족들이다. 유족들은 “제발 공격을 멈춰달라”고 사정하지만 사람들은 그럴 마음이 없는 듯하다. 그들이 퍼뜨리고 떠난 가짜 뉴스는 여전히 사회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상현 / 오터레터 발행인열린 광장 백신 반대론자 가짜 뉴스 인기 소셜

2021-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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